학생 때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사소한 것부터 내 마음대로 썼다. 그러다가 사소한 것, 의미 있는 것이 모여서 자료가 제법 모이기도 하고 검색에도 잘 걸리면서 누적 방문자수가 제법 많이 늘었다(지금은 딱히 방문자 수 같은걸 체크하진 않지만).

그렇게 틈틈히 블로그를 관리했지만 실무 경력이 올라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일을 기술하는게 꺼려졌다. 바빠서 신경 못썼던것도 크지만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사소한 것을 남기지 않게 되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여러가지 생각 속에 아마도 이런걸 이제서야 안다는 부끄러움 같은 것도 마음 한 구석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나 이거 이제 안거 아니야, 몰랐던거 아니야라는 하는 해명 같은 말을 구구절절 첨언하기도 한다.

세상엔 사소한 것이 대단한 것이 된 경우가 많다. 잉여롭게 놀면서 만들다가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위대한 것이 나오기도 하고 회사가 차려지기도 한 것은 보기 드문 것이 아니다. 회사 안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잉여로움은 중요한 에너지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별거 아닌 것이 남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될 때도 많다. 중요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과정이 즐거움으로 남아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별거 아닌 일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주의하시라. 물론 잘못된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해 사실과 현실을 가르쳐주는 것은 나쁘지 않고 때론 필요한 일이지만 종종 그냥 자신이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아마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남의 일을 깎아 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일 외에는 모든 것에 시큰둥 하다. 그거 별로 볼거 없어, 그거 내가 다 해봤는데 쓸모 없어.

이런 사람들과는 왜 쓸모 없는지에 대한 생산적으로 이야기로 이어갈 수 없다. 아마도 십중팔구 갑자기 논점과 상관 없는 자기 지식 자랑이나 경력 자랑이 이어질 것이다. 그냥 누구도 본인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라도 자존감을 찾으려 하는구나 하고 넘기면 된다.

기술 혹은 지식이란 때로는 재미 있음으로써 그 의미를 충분히 다 한 것일 수 있다. 쓸모가 없어도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익혔으면 의미가 있다. 각종 개발자 컨퍼런스도 그렇다. 어떤 객관적인 지식 자체를 전달받는 것도 좋지만 에너지와 열정을 이어 받는 것 또한 개발자 컨퍼런스의 좋은 역할 중 하나다. 내가 에너지와 열정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발표와 분위기도 어떤 사람은 별거 아니라고 할 것이다.

회사에서는 사소한 일 보다 대단한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회사에 충실히 다니며 인생을 채우다보면 어느새 내 생활에 사소한 일이 너무 적어지기도 한다. 이게 다른 취미 생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취미 생활도 위험하다. 취미 생활이야 말로 사소한 것이어야하는데 큰 기대치와 목표치를 가지면 취미 생활 조차 큰 스트레스 요인일 수 있다.

사소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한글 자료의 부족함과 블로그에서도 했다. 별거 아닌 글이 모여서 한국어 자료가 되는건데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내용들이 사라지거나 더 생산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국어 자료 자체가 적어지는 현상까지 오고 있다.

사소한 일은 중요하다. 개인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고 프로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세상이 사소한 일로만 이루어질 순 없지만 가끔은 사소한 일이 너무 사라지거나 그 중요함이 무시 되진 않았나 생각해본다.